
2022년이 벌써 열흘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정말 바쁘게 보냈던 만큼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던 한해였던 것 같다.
12월이 그동안의 나에게는 늘 좋지 않은 기억이 많은 달이었다. 남들보다 길었던 수험생활과 여러번 쌓인 실패로 인해 우울한 겨울이 많았던 기억때문인지 나는 늘 이런 연말 분위기와 한겨울 찬공기가 싫었다. 아직도 본격적인 추위가 찾아오는 이맘때 쯤이면 그때 생각이 많이난다. 주변은 전부 크리스마스 장식과 연말모임으로 떠들썩한게 나와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고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연말은 집에서 조용히 보낸적이 많다.
이맘때쯤 티비를 틀면 매일같이 진행되는 연말 시상식도 비슷한 맥락으로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였다. 어렸을때 아빠의 가족으로 회사 시상식에 다닐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 막 성인이되고 실패만 겪었던 나에게는 환호와 스포트라이트가 가득한 자리에서 각자가 한해동안 이뤄낸 성취를 축하하는 자리가 너무 비현실적이고 생경했다. 굳이 외면하고 보기 싫어한다기 보단 말 그대로 티비속에서만 일어나는 일 같았다.
올해는 유독 많은 일이 있었다. 나보다 앞서간 사람들 틈에서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고 처음 경험하는 것들에서 악착같이 배웠다. 매일 4시간을 이동해서 팀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밥먹는 시간이 아깝다는 기분도 처음으로 느껴본것 같다. 덕분에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고 한해를 시작하며 목표로 정한 것도 처음으로 전부 이뤘다. 뒤늦게 시작한 통계학 첫 학기를 전공생들한테도 밀리지 않을 만큼 잘 이수해냈고 혼자 참여한 학과 학술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데청캠을 통해 첫 프로젝트를 팀원들과 함께 성공적으로 완성해냈고 트위그팜에서 참여한 인턴쉽도 저번주를 끝으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마무리했다. 무엇보다도 오롯이 나의 부족함에서만 실패의 이유를 찾을 수 있고 항상 새로운 배움과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그런 일을 하며 사는게 행복할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리고 어제 시상식에 다녀왔다. 기분좋게 잘 마무리한 한 해라 그런지 너무 즐겁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참석했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도망가고싶은 긴장감과 씁쓸함이 아닌 기대감으로 인한 떨림을 느낀게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2차 발표에서 합격한 후 작년 재작년 후기들을 찾아 볼 때도 크게 와닿지는 않았는데 삼성동에 도착해서 식장에 들어가보니 그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이번 공모전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는 않았다. 팀원들이랑 9월부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정말 고생을 많이 했지만 밤을 세워 완성해낸 결과물이 우리의 최선이었을 뿐 완벽히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애초에 수상을 목표로 모였던 팀도 아니였고 다들 첫 공모전이라 경험을 위해 참여한 느낌이었기 때문에 결과물 제출당시에는 1차 심사를 통과하게 된다면 오히려 귀찮아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수상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아예 없는 상황이었어서 인턴까지 참여하고 있는 나로서는 어차피 수상하지 못할거라면 괜히 2차 발표로 추가적인 시간만 할애하게 되는 것이 많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본격적으로 취업전선에 뛰어들기전에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중요한 프로젝트 경험이었고 무엇보다 팀원들과 두달간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말 많은 고민을 했기 때문에 그 경험이 나중에라도 모두에게 귀중하게 활용될 수 있는 결과물을 제출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가 과제를 해결하면서 부딪혔던 문제들, 그리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한 과정과 끝까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보완한 과정이 잘 드러나도록 내용을 구성했다. 1차 pt심사때도 그런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심사위원들이 했던 질문들이 대부분 우리가 이미 고민을 마친 내용안에 포함되어있었고 크게 막히는 부분없이 부연설명을 잘 할 수 있었다.

2차 pt를 마치고 나서는 어느정도 합격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큰 실수 없이 발표를 잘 해냈고 심사위원들의 반응이 좋았던 것도 있지만 발표전 대기하면서 다른팀들의 발표를 보니 우리 팀과 비슷한 프로세스로 분석을 진행한 팀이 없었다. 대회 과제에서 제시한 조건들이 일반적인 입지선정과는 다른 세부조건들이 많았기에 우리팀은 제시한 조건들을 충실히 반영하는 결과물을 만드는것을 가장 우선적인 목표로 정했었다. 그리고 이 과정이 가장 고난이 많았기 때문에 다른팀이 어떻게 했을까가 정말 궁금했는데 조건을 전부 반영한 팀이 없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많이 의아해서 팀원들과 다른팀들의 발표를 보며 우리가 뭔가 잘못한건지에 대한 얘기를 많이했었다. 활용한 외부데이터도 우리팀이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었고 다른팀들은 발표시간도 널널해보인 반면 나는 발표직전까지 분량을 줄이느라고 애를 먹었고 발표때 거의 랩을 하다 나왔다. 그럼에도 일부 전처리 내용들을 시간상의 이유로 pt에서는 설명하지 못했다. 그래서 비전문가도 포함되어있는 pt심사에 적합한 형식의 발표는 아니라는 걱정도 많이 들었다. 나의 발표 스타일과는 맞지 않아서 그런 방식으로 준비를 하지 못한거지만, 대본도 없이 놀라운 완성도를 가진 발표를 해내는 팀들이 여럿있었다.
그래서 시상식에 참석하기 전에도 팀원들과 장려상만 피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한 것 같다. 수상자 명단에 들었어도 여전히 우리 결과물은 최고라기보다는 최선에 가까운 느낌이었고 2차심사 당시에도 우리끼리 좋은 평가를 내렸던 팀이 쇼케이스에서 대표로 우수사례 발표를 맡은걸 보면서 그 팀 다음으로 최우수를 받게 된다면 정말 기쁠거라고 생각했다. 시상식이 시작되고 한팀씩 호명되는 차례가 지나가면서 우리팀은 마지막 두팀이 남을때까지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아직 이름이 불리지 않은 수상자들을 무대로 불러서 심정을 묻는자리에서 대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을하면서도, 엄마가 집에서 라이브방송을 보며 우리팀이 대상을 받을거같다고 너스레를 떨 때도 나는 여전히 지금에서 만족한다는 생각을 더 많이했다. 기대를 낮추고 상처도 받지않는 방어기제 같은 것이라기 보단 정말 대상을 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지막의 마지막에 우리팀의 이름이 불렸을때 더 기쁘고 놀랐던 것 같다.

정신없는 몇시간이 지나가고 열심히 기념촬영을 끝내고 식장을 나오면서 본 크리스마스 장식이 그렇게 예뻐보일수가 없었다. 팀원들과 회식을 하면서 그동안 고생했던 것들을 하나씩 짚어보며 많이 뿌듯했고 돌아오는길에도 주변에서 너무 많은 축하를 받았다. 사실 아직도 잘 믿기지 않는다. 얼마전 데프트가 우승한 후 했던 인터뷰에서 데뷔부터 지금까지 쭉 정체되어있고 실패만 가득했던 프로생활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한걸음 전진한것 같다고, 오래도 걸렸다고 얘기하는 걸 보며 많이 울었었는데 나도 드디어 겨울을 기분좋게 맞을 수 있는 좋은 기억을 남기고 한걸음 나아간것 같아서 너무 행복했다.
시상식 도중에는 정신이 없어서 다른팀 분들이랑 얘기를 많이 못해봤는데 다음주에 수상자 촬영에 가서는 못다한 얘기도 많이 해보고 궁금했던 것도 물어보고 싶다. 이 글을 통해서 다시한번 같이 두달동안 밤새며 고생한 팀원들과 축하해준 주변사람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기억에 남을 경험을 만들어준 빅콘테스트 주최측에게도 감사함을 전하고싶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걸 시작으로 원했던 바를 다 이뤄내고 힘든 순간마다 돌아와 이 글을 뿌듯한 마음으로 몇번이고 읽어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 발표자료와 코드를 깃허브에 업로드 했습니다.(2022.12.28)
https://github.com/tommyEzreal/Optimal_Location_Selection_of_Slow_Charger_in_Yongi
- 발표영상